(2014-04-02 04: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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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민컬럼 35부: No English No Love?

보수당 정권이 들어선 후 “이민적체 해소”라는 명분하에 이민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이민정책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캐나다가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쌓아왔던 이상적인 국가로서의 이미지와 정의롭고 펑화로운 선진국가의 국격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듯 합니다.

보수당 정부는 이민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속담당 직원과 자원을 늘리는 투자를 해야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반대로 이민부와 시민권 수속 인원을 축소하고 해외의 이민전담 사무실을 폐쇄하였습니다. 이민적체 해소의 묘안은 결국 이민법 개정과 부당한 수속 중단조치였습니다.

몇 년간 이민승인만을 기다려 오던 수 많은 신청인들에게 신청비를 반환하고 갑작스런 제도변경과 자격강화로 영주권 문호를 닫아 버리는 일이 매년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것만 예를 들어도 전문인력이민 접수중단 및 신청서 반환, 난민제도변경, 기업이민 중단, 부모초청이민 중단, CEC 6개 직업군 접수 중단, 동반자녀 나이제한 등이 있습니다.

금년들어서는 또다시 순수 투자이민 제도를 폐지하고 6만명의 수속대기자를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고 신청서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에게는 분노와 반감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주류 캐나다인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대부분 모르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순수 투자이민자들이 계층간의 위화감만 줄 뿐 캐나다 경제에도 도움이 안되고 복지혜택만 누리는 부류로 묘사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류 언론에는 캐나다인의 직업을 빼앗아 가는 존재들로 비추어 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BC주의 한 광산에서 다수의 중국인 광부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봤듯이 캐나다 현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노동인력들을 오랜 기간 구인활동을 한 후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초청하려고 했지만 비자발급을 저지하려는 노조단체들의 소송이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캐나다로 유입되는 한국인의 이민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매년 안정적인 이민자의 유입이 교민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큰 요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음에 비추어 보면 교민사회로써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민적체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이제 이민부의 모든 관심은 “영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영주권을 받기 위한 연방 이민프로그램 모두가 중급 이상의 영어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권 신청시에는 주신청자뿐만아니라 배우자도 기본적인 영어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민신청시 영어 배점이 확대되고 영어능력이 안되면 아예 이민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변경하였습니다.  연방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정부 이민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각 주정부에도 신청인에게 영어능력을 요구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부의 반이민정책과 영어지상주의 정서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건이 최근 들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동안 신임 이민부장관이 여론을 파악한다며 이민자단체의 대표들과 연석회의을 하는 과정에서 배우자 초청이민과 관련한 이민부의 정책 방향을 밝힌 것입니다.

이민부 장관은 배우자 초청이민정책을 개정하면서 배우자와 그들의 자녀들에게도 일정 수준의 영어능력과 학력 수준을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시인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여러 인사들로 부터 그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일종의 여론 떠보기식의 언급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캐나다 가족초청이민제도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 지적이 많고 캐나다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마저 막으려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 정책은 한마디로 영어를 잘 못하거나 학력이 낮은 사람과는 결혼을 생각하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결혼을 해도 배우자가 영주권을 받을 수 없어 캐나다에서 함께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영어능력 요구에 대해 이민부는 영어를 잘 못하고 학력이 낮으면 배우자에게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많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해도 혹은 학력이 높아도 배우자의 학대를 받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책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외국인과의 결혼을 막는 반이민적 정서와 영어지상주의 혹은 인종차별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현재와 달리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초청인이 배우자를 해외에서 초청할 때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증명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 신청시에 초청인의 소득을 따지겠다는 것입니다. 기준소득에 미치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을 초청할 수 없고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생이별은 생각만 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는 배우자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어떤 개인적인 상황에 처해 있든지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민업계에서는 만약 이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캐나다에서 가족초청이민을 준비하는 가족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민부는 이와 같은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서인지 정책입안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는 정해진 것은 없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몇 년전 제이슨케니 장관이 배우자 초청이민 신청 중에서 약 10%가 사기결혼이며 이를 방지하고 적발하겠다며 조건부 영주권제도를 도입한 일이 떠오릅니다.

새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이때까지 몇 건의 사기결혼을 적발하여 처벌했는지, 한쪽 배우자가 영주권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 밝혀지면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자녀가 있어도 추방하겠다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이민부 장관에게 묻고 싶습니다.

바라건대 배우자나 자녀를 초청해 직계가족이 함께 살겠다는 것을 막는 이민정책은 시행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캐나다같은 선진국가에서 배우자 몇 명 더 적게 받아들이고자 이런 정책을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국격에도 맞지 않는 일로 생각됩니다. 오랜 전통이었던 그래서 세계의 존경을 받아왔던 캐나다의 인도주의적 그리고 박애주의적인 정신은 이제 궤도를 벗어나 내리막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웨스트캔이민컨설팅

최 주 찬

J.C (Juchan) Choi
Regulated Canadian Immigration Consul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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